만년 저평가의 나라
코스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026년 2월 기준 0.92배입니다. 미국 S&P500(4.2배), 일본 닛케이225(1.5배), 대만 가권지수(2.3배)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에요. 같은 돈을 벌어도 한국 기업의 주가는 다른 나라 기업보다 훨씬 낮게 평가된다는 뜻이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인데, 이 현상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해소될 가능성은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디스카운트의 원인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배구조 문제예요. 재벌 대기업의 오너 일가가 낮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자사주 소각 대신 보유 등이 대표적이죠. 둘째, 배당 성향이 낮습니다.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약 25%로 미국(40%), 유럽(50~60%)에 크게 못 미쳐요.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북한 리스크는 한국 증시에 항상적인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가 있었나
정부가 2024년에 시작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 개혁을 벤치마킹한 것이었습니다. PBR 1배 미만 기업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었죠. 솔직히 말해서, 1년 넘게 지났지만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자발적으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이 200곳을 넘었지만, 실질적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대폭 늘린 곳은 30%도 안 돼요. "보여주기식 공시"가 많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해소 가능성은?
그렇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영원히 계속될까요? 개인적으로는 점진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액티비스트 펀드(행동주의 투자자)의 활동이 늘고 있고,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에 주주환원 압박을 높이고 있거든요. 실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형주의 주주환원 정책이 과거보다 개선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건 5~10년 단위로 봐야 할 문제입니다. 한국 주식이 저렴하다는 건 맞지만, "싸니까 산다"는 투자 이유만으로는 부족해요. 실질적인 변화의 증거가 쌓일 때 비로소 디스카운트는 해소될 수 있을 겁니다.